생리 주기가 37일을 넘기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그냥 스트레스 탓이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고, 생리양까지 눈에 띄게 줄어들었을 때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산부인과에서 받은 호르몬 검사에서 프로락틴 수치만 유독 높게 나왔고, 그게 뇌하수체 선종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이었습니다. 저처럼 생리 불순을 그냥 지나치셨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임신도 아닌데 유즙이? 프로락틴 수치가 보내는 위험 신호
프로락틴(Prolactin)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임신 중에만 크게 올라갑니다. 여기서 프로락틴이란 출산 이후 유선 발달을 촉진하고 유즙 분비를 돕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우리말로는 유즙분비호르몬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임신하지 않은 여성에게서 이 수치가 높게 나오면, 몸 어딘가에서 이 호르몬을 과도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저는 검사에서 수치가 42.03이 나왔습니다. 정상 범위는 4.79~23.2 수준인데, 두 배 가까이 높게 나온 겁니다. 다른 여성호르몬, 남성호르몬 수치는 모두 정상이었는데 프로락틴만 튀어있었습니다. 처음엔 갑상선 이상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상급 병원에서 복용 약물 여부를 확인하고 재검사를 해도 수치가 그대로였습니다.
프로락틴이 높아지면 생리를 유도하는 성선자극호르몬(GnRH) 분비가 억제됩니다. 쉽게 말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생성이 줄어들고, 그 결과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아예 생리가 멈추게 됩니다. 저처럼 주기가 길어지거나 유두 분비물이 생긴 분이라면 한 번쯤 프로락틴 수치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수님, 전 찍어볼래요" – 수치 42에서 6mm 선종을 찾아낸 이유
프로락틴 수치가 높으면 뇌하수체에 선종, 즉 프로락틴 선종(Prolactinoma) 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프로락틴 선종이란 뇌하수체에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프로락틴을 과도하게 분비해 생리 이상이나 불임 등의 증상을 유발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치가 100 이상일 때 종양을 강하게 의심하고, 200 이상이면 MRI 촬영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수치가 42 수준이라 교수님도 처음엔 MRI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평소에도 두통이 잦고 걱정이 많은 편이라 직접 요청해서 찍었습니다. 결과적으로 6mm짜리 미세선종(Microadenoma)이 발견됐습니다. 미세선종이란 크기가 10mm 미만인 뇌하수체 종양을 의미하며, 대형 종양(Macroadenoma)에 비해 수술 없이 약물로 관리 가능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찍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치만 보고 넘어갔으면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고 약만 먹고 있었을 테니까요. 수치가 낮더라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검사를 요청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약만 먹어도 종양이 사라진다? 카버 골린 치료의 놀라운 효과
프로락틴 선종은 다른 뇌하수체 종양과 달리 약물에 반응이 매우 좋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약제는 카버 골린(Cabergoline)으로, 여기서 카버골린이란 도파민 작용제(Dopamine agonist)의 일종으로 프로락틴 분비를 억제하고 종양 크기 자체를 줄이는 이중 효과를 가진 약물입니다. 전 세대 약제인 브로모크립틴(Bromocriptine), 상품명 팔로델(Parlodel)과 비교했을 때 위장 부작용이 현저히 적고 종양 크기 감소 효과는 더 드라마틱합니다.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의 80~90%에서 프로락틴 수치 감소와 종양 크기 축소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내분비학회, https://www.endocrinology.or.kr). 그래서 첫 번째 치료 선택지는 대부분 약물치료가 됩니다.
수술을 먼저 고려하는 경우에 대해 알아두면 좋습니다.
-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 종양이 작고 해부학적으로 완전히 절제 가능성이 높은 경우
- 시신경 등 주변 구조를 압박해 시력 이상이 생긴 경우
- 임신 계획 등 약을 빠르게 끊어야 하는 개인적 이유가 있는 경우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점은, 약물을 오래 복용하면 종양 조직이 섬유화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섬유화란 종양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현상으로, 나중에 수술이 필요해질 경우 종양을 정상 조직과 분리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약물 치료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섬유화가 생기더라도 숙련된 신경외과 의사의 손에서는 대부분 문제없이 수술이 이루어집니다. 다만 치료 방향은 내분비내과와 신경외과가 함께 판단하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방치하면 '30대 골다공증'까지? 치료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
프로락틴 수치가 높아서 생리가 불규칙한 걸 단순히 불편한 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에스트로겐 결핍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에스트로겐(Estrogen)이란 여성의 뼈 밀도 유지, 심혈관 기능, 근육량 보존에 핵심 역할을 하는 성호르몬으로, 이 수치가 떨어진 채 방치되면 폐경과 유사한 생리적 상태가 됩니다.
젊은 나이에 에스트로겐이 장기간 낮으면 골다공증(Osteoporosis) 위험이 실질적으로 높아집니다. 골다공증이란 뼈의 밀도와 강도가 감소해 골절 위험이 크게 올라가는 질환입니다. 30대, 40대에 뼈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나중에 회복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 부분을 치료 동기로 삼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남성의 경우에도 프로락틴이 높아지면 테스토스테론 생성이 억제되어 성욕 저하, 정자 수 감소 등 생식 기능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불임 원인 중 고프로락틴혈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성 불임의 약 2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산부인과학회, https://www.ksog.org).
아래의 표는 프로락틴 선종 관리 요약 가이드입니다.
| 구분 | 미세선종 (10mm 미만) |
거대선종 (10mm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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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증상 | 생리 불순, 유즙 분비, 불임 |
시야 장애, 심한 두통, 호르몬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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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치료 | 약물 치료 (카버골린) |
약물 치료 후 수술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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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치율 | 약물만으로 매우 높음 |
수술과 병행 시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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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팁 | 수치가 낮아도 MRI 권장 |
시신경 압박 여부 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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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카버 골린 계열 약물을 복용 중인데, 솔직히 처음 며칠은 속이 메스껍고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팔로델보다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고 알려진 약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임의로 약을 끊지 않는 것입니다. 약을 끊는 시점은 MRI상 종양이 사라지고, 최소 용량에서도 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될 때 전문의와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가임기 여성이라면 약물 복용 중 임신이 확인되는 즉시 약을 중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종양이 큰 경우에는 임신 중 종양이 커질 위험이 있으니, 계획 임신 단계부터 교수님과 긴밀히 상의해야 합니다.
프로락틴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면, 일단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프로락틴 선종은 치료 반응이 좋은 편이고,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다행입니다. 저처럼 단순한 생리 불순으로 시작해서 선종까지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내분비내과와 신경외과 전문의를 모두 거쳐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향을 잡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