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옆 소대에서 활동성 폐결핵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저는 그 녀석과 사흘 전에 마주 보고 밥을 먹었었고요. "결핵? 그거 옛날 병 아니야?"라며 코웃음 쳤던 저는 그날 오후 의무대 앞에서 두 다리가 떨렸습니다. 결핵은 지금도 우리 코앞에 있습니다.
군대·학교 등 밀폐 공간에서 지금도 전파되는 현재진행형 감염병
혹시 결핵을 드라마 속 이야기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1960~70년대 배경 시대극에서 공장 여공이 손수건에 피를 쏟아내며 쓰러지는 장면, 딱 그 이미지가 제가 알던 폐결핵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후, 부대 스피커에서 당직사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정기 신체검사를 위해 부대 마당으로 들어온 이동식 엑스레이 버스. 옆 소대 동기 녀석의 폐 사진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됐고, 최종적으로 활동성 폐결핵(Active Pulmonary Tuberculosis) 확진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활동성 폐결핵이란, 결핵균이 현재 증식하며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잠자고 있는 균이 아니라, 지금 당장 움직이는 균이라는 뜻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밖이었습니다.
그 녀석은 평소에 담배를 많이 피워서 기침이 잦다고 다들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여겼고요. 그런데 사흘 전 취사장에서 마주 보고 밥을 먹는 내내 "콜록콜록" 하던 기침이 갑자기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결핵은 비말이 아닌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입니다. 밀폐된 공간, 장시간 접촉이라는 두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군대 생활관은 사실 결핵이 번지기 딱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3대 집중 관리 질환으로 지정한 결핵은,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2019년 기준 약 2만 4천 명의 신규 결핵 환자가 발생했고, 같은 해 약 1,800명이 결핵으로 사망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최근 수년간 꾸준한 퇴치 사업으로 신규 환자 수가 연간 1만 5천 명 안팎까지 줄었지만, OECD 국가 중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엑스레이만으론 부족하다? 가래 검사부터 폐 CT까지 단계별 결핵 감별 과정
그렇다면 결핵은 기침과 객혈이 있어야만 의심해야 할까요? 제가 군대에서 배운 것은 정반대였습니다. 확진을 받은 그 동기는 기침이 조금 있었지만, 발열도 없었고 체중이 급격히 빠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담배 많이 피워서 그렇다"라고 본인도 넘겼던 수준이었습니다.
실제로 폐결핵 환자 중 상당수는 처음에 아무런 호흡기 증상이 없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찍은 흉부 엑스레이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요식업 종사자가 보건증 발급을 위해 촬영한 엑스레이에서 폐에 공동(Cavity)이 발견된 사례도 있습니다. 공동이란 결핵균이 폐 조직을 파괴하면서 생긴 빈 공간을 말하는데, 전염력이 매우 높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분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고 합니다.
더 아찔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갈비뼈 부위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 CT에서 3.7cm짜리 불규칙한 경계의 종괴가 발견된 30대 여성 환자 이야기입니다. CT(컴퓨터 단층촬영)란 엑스레이보다 훨씬 정밀하게 폐 내부의 구조적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종괴가 암인지 결핵인지 감별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줍니다. 이 경우 종괴 주변에 좁쌀처럼 퍼진 염증 소견이 함께 보여 폐결핵으로 최종 진단됐습니다. 갈비뼈 통증이 결핵이었다니, 제가 직접 들었을 때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결핵의 진단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 가래 검사(도말·PCR): 결핵균이 현미경이나 유전자 검사로 확인되는지 보는 기본 검사. 최소 2회, 가능하면 3회 시행합니다.
- 흉부 엑스레이: 심한 폐결핵은 단순 촬영으로도 포착 가능하지만, 환자의 3분의 2는 전형적 소견 없이 폐렴이나 다른 병변으로 오인될 수 있습니다.
- 폐 CT: 엑스레이만으로 감별이 어렵거나 무증상 환자에서 우연히 병소가 발견됐을 때, 보다 정밀한 진단 근거를 얻기 위해 시행합니다.
결핵은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폐렴으로 오인되기도 하고, 종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무 증상 없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태도일 수 있습니다.
감염률 10%의 진실, 1차 항결핵제 임의 중단이 부르는 '다제내성 결핵'의 위험성
당시 저를 포함한 밀접 접촉자 전원이 엑스레이 재촬영과 함께 혈액 검사를 받았습니다. 바로 잠복결핵(Latent TB) 검사였습니다. 잠복결핵이란 결핵균이 몸속에 들어와 있지만 면역력에 의해 억제되어 증상도 없고 전파력도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균은 들어와 있는데 아직 잠들어 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 균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언제든 깨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시한폭탄처럼요.
미국의 보고에 따르면 밀접 접촉자 중 20~30%가 잠복결핵으로 진단되고, 그중 1%에서 활동성 결핵이 발병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결핵균에 노출됐다고 해서 모두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정상 면역력을 가진 성인이 결핵균에 감염되더라도, 평생에 걸쳐 발병할 확률은 약 10% 수준입니다(출처: WHO 결핵 정보). 제가 '정상' 판정을 받았을 때 그 수치를 찾아보며 비로소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치료 이야기도 중요합니다. 결핵균은 단일 항생제에 내성을 갖기 쉬운 특수한 균이라 초기 치료부터 3~4가지 항결핵제를 병합해서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합니다. 그 동기도 내성이 없는 일반 결핵이어서 약이 잘 들었고, 2주 뒤에는 전염성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제내성 결핵(MDR-TB)이란 기존 1차 항결핵제 두 가지 이상에 내성이 생긴 경우로, 치료 기간이 수년에 달하고 완치율도 크게 떨어집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건, 결핵 치료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은 "좀 나아진 것 같아서" 임의로 약을 끊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불규칙한 복용이 내성균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보건증, 채용 검진, 기숙사 입소 전 흉부 촬영이 귀찮게 느껴지셨던 적 없으신가요? 저는 군대 사건 이전까지는 분명히 귀찮았습니다. 그 검사들이 바로 무증상 활동성 결핵을 걸러내기 위한 국가 방어선이라는 것을, 저는 온몸의 전율로 배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결핵 환자 옆에 있었는데 저도 옮은 건가요?
A.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잠깐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함께한 가족이나 같은 사무실 동료 수준의 접촉이 '밀접 접촉자'에 해당합니다. 혹시 걱정되신다면 흉부 엑스레이와 잠복결핵 혈액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 기침이 없으면 결핵이 아닌 건가요?
A.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폐결핵 환자 중 상당수가 초기에 무증상이거나 단순 피로감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검진 흉부 엑스레이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Q. 결핵 치료 중인 사람과 같이 밥 먹어도 되나요?
A. 항결핵제를 2주 이상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사라졌다면 전염력은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담당 의사로부터 "전염성 없음" 확인을 받은 경우라면 일상적인 식사나 직장 생활에 제한이 없습니다.
Q. 잠복결핵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당장 치료해야 하나요?
A. 잠복결핵은 현재 전염성이 없고 증상도 없지만,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활동성 결핵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예방적 항결핵 치료를 고려하게 되며, 특히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거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치료를 권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Q. 보건증이나 입사 검진 때 찍는 흉부 엑스레이, 꼭 필요한 건가요?
A. 단순 행정 절차처럼 느껴지지만, 이 검사의 본질은 무증상 활동성 결핵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무 증상 없이 보건증 촬영에서 심한 결핵 소견이 확인된 사례가 있을 만큼, 이 검사가 사회적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
군대에서 엑스레이 버스를 볼 때마다 왜 이 귀찮은 걸 해마다 하나 싶었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그 버스가 없었다면, 그 동기의 활동성 폐결핵은 훨씬 늦게 발견됐을 것이고, 그 사이 생활관에서 얼마나 더 많은 인원이 노출됐을지 모릅니다.
결핵은 증상이 있어야만 의심하는 병이 아닙니다. 무증상으로 조용히 진행되다가 전염력이 높은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정기 검진에서 흉부 엑스레이를 찍을 기회가 생긴다면 귀찮아하지 마시고, 3주 이상 이유 없이 기침이 이어진다면 가볍게 넘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잠복결핵 판정을 받았다면, 지금 당장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전문의와 경과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