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동기의 아버님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건 지난 학기 중간고사 준비가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평소 등산도 즐기시고 술, 담배도 거의 안 하시던 분이라 더 충격이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도 처음으로 대장암을 제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배변 습관의 변화와 위치별 대장암 의심 신호
변비나 설사는 누구에게나 가끔 생기는 일이다 보니 쉽게 무시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동기 아버님의 사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갑자기 생긴 변화"와 "원래부터 있던 습관"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핵심은 배변 습관의 변화가 최근에, 갑자기 생겼는지 여부입니다. 어릴 때부터 3~4일에 한 번 변을 보는 체질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패턴이 10년 넘게 이어온 자신만의 생체 주기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 달 사이에 갑자기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생기거나, 변이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동기 아버님도 바로 이 변화를 알아채셨기에 조기 발견이 가능했습니다.
대장암이 어느 위치에 생기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도 다릅니다. 오름창자(우측 대장)에 암이 생기면 혈관이 풍부한 암 조직이 괴사 하면서 출혈이 생기는데, 피가 오래 묵으면서 산화되어 흑변(검은색 변)으로 배출됩니다. 여기서 흑변이란 혈액 속 철분이 위산이나 장내 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대변이 검게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항문에 가까운 직장이나 S결장에 암이 생기면 피가 체외로 나오는 경로가 짧아 선홍색 혈변이 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이를 단순 치질로 오인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알아두어야 할 것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대장암의 차이입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란 스트레스 호르몬이나 장내 미생물 환경 변화에 장이 민감하게 반응해 설사, 복통, 변비가 반복되는 기능성 질환입니다. 저도 20살 때부터 이 증후군이 있어서 시험 기간마다 화장실을 달고 살았는데, 이것 자체는 대장암으로 이어지는 병이 아닙니다. 반면 염증성 장 질환(IBD)은 장 점막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이 경우에는 암과의 연관성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선종성 용종을 유발하는 트랜스 지방과 대장암 예방 식습관
동기 아버님 사례에서 또 하나 배운 것이 있습니다. 가족력도 없고 음주, 흡연도 거의 않는 분이셨는데도 암이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대장암의 원인 중 유전적 요인은 전체의 5~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 이상은 식이 습관과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장암이 생기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선종성 용종(adenomatous polyp)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선종성 용종이란 대장 점막을 구성하는 샘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혹처럼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양성이지만, 이 용종을 그대로 두면 5~10년 사이에 약 70%가 대장암으로 전환됩니다. 즉 대장암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 용종이 묵어가면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용종이 생기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트랜스 지방입니다. 트랜스 지방이란 식물성 기름을 고온에서 가열하거나 수소화할 때 생성되는 불포화 지방산으로, 피자, 도넛, 팝콘처럼 고온 조리 과정을 거친 음식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 트랜스 지방이 대장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서 비정상 세포 증식을 유도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입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식습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 트랜스 지방이 많은 고온 가공식품(도넛, 피자, 팝콘 등)을 줄인다
-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통곡물을 매 끼니 포함한다 (장 통과 시간을 단축해 점막의 독성 물질 노출 시간을 줄인다)
- 베리류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과일을 챙겨 먹는다
- 칼슘 보충제를 섭취한다 (칼슘이 담즙산 및 지방산과 결합해 대장 점막 자극을 줄여준다)
- 음주와 흡연을 삼간다
운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하루 12분 빠른 걷기만으로 각종 암과 연관된 사망률이 약 17%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출퇴근길에 의식적으로 조금 빠른 걸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변화가 아니어도 매일 쌓이면 다릅니다.
나이보다 식습관이 결정하는 대장 내시경 주기와 대장암 재발 방지
국내 국가 암 검진 기준상 대장 내시경은 만 45세 이상부터 5~10년 주기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그런데 솔직히 이 기준을 있는 그대로 따라도 괜찮은지, 주변 사례를 보면서 자꾸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동기 아버님은 40대였기에 그나마 조기 발견이 됐지만, 제가 아는 다른 사례 중에는 20대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인스턴트식품만 먹다가 27살에 대장암이 발견됐고, 10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식습관 하나가 선종성 용종을 빠르게 만들어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용종이 없었던 사람은 5년 주기 검진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식습관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인스턴트 위주로 먹어왔거나, 혈변·흑변 같은 증상이 있었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한 번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맞습니다. 처음 검사에서 용종이 없다면 의사와 상담 후 다음 주기를 정하면 됩니다.
대장 내시경 자체가 침습적 검사라는 점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내시경 검사란 관 형태의 카메라를 대장 안으로 직접 삽입해 점막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드물지만 장 천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체지방이 적어 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각도 조작이 까다로워질 수 있어, 소화기 내과 전문의 중에서도 내시경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사 자체의 빈도를 무조건 높이기보다, 제대로 된 검사를 적절한 시점에 받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장암 치료 후에도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치료를 마친 환자의 30~50%에서 재발이 보고되고 있으며, 재발 환자의 90%는 완치 판정 전 5년 이내에 재발합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암세포가 혈류를 타고 대장 곳곳에 미세하게 퍼져 있다가 다시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한 번 경험한 분일수록 추적 내시경과 CT 검사 등을 더 촘촘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기의 아버님은 다행히 조기 발견 덕분에 치료를 잘 마치셨고, 지금은 6개월마다 추적 검사를 받고 계십니다. 단짝 친구는 그 일 이후 어머니와 함께 대장 내시경을 처음으로 예약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암입니다. 지금 자신의 식습관과 배변 패턴을 한번 돌아보시고, 검진 시기를 미루고 있었다면 올해 안에 첫 예약을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거나 검진 주기가 궁금하신 분은 반드시 소화기 내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